탑골공원·종묘…문화재 규제에 막힌 서울 개발

입력 2023-09-19 18:57   수정 2023-09-26 20:37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앙각(仰角: 올려다본 각도) 규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오래된 문화재가 곳곳에 산재한 강북지역 개발 과정에서 문화재를 잘 보이게 하려는 앙각 규제를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고, 결국 도시 슬럼화를 방치한다는 게 서울시 입장이다. 문화재청은 문화유산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선 일정 부분 규제를 감수해야 한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4대문 안의 변신을 꾀하기 위해선 양측의 입장 조율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문화재 주변부 슬럼화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최근 숭례문·탑골공원·종묘·덕수궁·광통관·덕수궁 등 여러 문화재 주변지역 개발사업에서 번번이 부딪치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규제는 앙각 규제다. 문화재의 경계선 지점에서 일정 거리(서울시는 100m)까지는 문화재에 대한 전망을 가리지 않도록 경계선 지점의 높이로부터 27도 선을 그어 모든 건물 높이가 그 아래로 들어오게 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앙각 규제 자체는 종전부터 있었지만, 법으로 명확히 제시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2011년 문화재보호법에 500m라는 기준이 제시됐고, 지자체별 조례로 범위를 정할 수 있게 했다. 서울시의회의 문화재 보호 조례는 100m 범위 건물에 앙각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규제가 강해진 뒤 강북지역 재개발은 한층 어려워졌다. 분뇨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탑골공원 주변부의 개발이 진행되지 못하는 게 대표적이다. 시 관계자는 “낙원상가 일대는 현재의 규제대로라면 개발이 거의 불가능한 곳”이라고 지적했다. 주변부를 정리하고 탁 트인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건물을 더 뒤로 물리고 대신 높이를 높여야 하는데, 앙각 규제에 발이 묶인 상황이다. 우리은행 종로금융센터로 쓰이는 종로 광통관 주변부 개발도 여기에 막혀 있다. 광통관 옆 건물은 최근 문화재심의위원회에 개발 계획을 제출했으나 한 층도 더 높일 수 없다는 의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종묘 ‘수목선’은 기준 없어
심지어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으로 꼽히는 세운상가 주변 지역 개발은 ‘종묘 월대에서 바라봤을 때 나무 위로 올라오는 건물이 없어야 한다’는 모호한 규제에 막혀 있다. 이른바 ‘수목선 규제’다. 문화재 경계선으로부터 170m 떨어진 세운상가 개발에 이 규정이 적용될 수 있는 근거는 딱히 없지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경관을 해친다’는 의견에 번번이 가로막히고 있다.

이 기준대로면 2구역에서는 12~13층(약 52m 높이) 빌딩만 지을 수 있다. 같은 이유로 4구역에서도 20층(약 72m 높이) 이상의 건물을 짓기 어렵다.

서울시는 최근 덕수궁 대한문으로부터 서울시의회 앞 170m 구간을 ‘투명펜스’로 바꿔 덕수궁에 대한 개방감을 확보하려는 계획도 문화재심의위원회에서 반대해 실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덕수궁 돌담길로 알려진 정동교회 주변 구간과 달리 대한문부터 서울시의회 구간은 애초 덕수궁 길이 아니라 1960년대에 세종대로 공사를 하며 임의로 쌓은 ‘궁궐 스타일’ 돌담일 뿐”이라며 “무조건 건드리지 않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앙각 규제를 풀어달라는 협의가 들어온 것은 아니다”며 “문화 환경 훼손의 여지가 있을 수 있으므로 문화재심의위원회에서 심도 있는 검토를 해야 한다는 게 문화재청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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